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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보기 _ 재고 판매의 구조

2016년 여름, 마유 대피소(=현재 우리동)에는 어떤 말이 오갔는가?

권고.

이번 편 또한 활용하는 이미지의 양이 많습니다. 장 수도 문제거니와 이미지의 크기 또한 만만치 않으므로 데이터를 사용하시는 분은 와이파이를 사용하시길 부탁드립니다. 지난 번 포스트에서 부탁드렸던 것과 마찬가지로 이번 편 또한 포스트를 읽으시기 전 배를 채우시고, 간식거리를 지참하시며 읽으시길 부탁 드립니다.


당신이 마지막 맛보기 포스트에서 볼 캡쳐는 2016년도 6월 19일부터 21일까지 현재는 폐쇄된 마유 대피소에 올라왔던 게시글 및 댓글을 일부 선정하여 순차적으로 배열한 것이다. 오랜 기다림을 거쳐 끝맺은 책은 성인동에서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 이번 포스트에서는 소장본이라는 물건이 컨텐츠를 열람하는 용도 외에 어떤 암묵적 기능을 수행하였는지 알아볼 것이다.


캡쳐를 보기 전에 알아두면 좋을 사항

1. 빨간색으로 덧칠한 부분은 대체로 성인동 회원의 주장을 알아보기 쉽게 강조한 것이다.

2. 파란색으로 덧칠한 부분은 대체로 작가를 특정할 수 있는 키워드를 알아보기 쉽게 강조한 것이며, 3번 항목에서는 작가를 두고 어떤 루머가 돌았는지를 두고 알아보기 쉽게 강조하였다.

3. 초록색으로 덧칠한 부분은 작가를 비난하거나 조롱하는 말을 알아보기 쉽게 강조한 것이다.

4. 보라색으로 덧칠한 부분은 도우미의 해명을 알아보기 쉽게 강조한 것이다.

5. 상업BL소설을 출판하지 않았거나 타 장르 작품을 집필하는 작가의 필명, 혹은 그러한 작가를 특정하기 위한 키워드 일부는 노출의 여파를 우려하여 드러내지 않았음을 양해 부탁 드린다.


엔젤동 리스트가 공론화되면서 마유 대피소 익명 게시판에서는 엔젤동 리스트 뿐 아니라 재고 판매 및 증판에 대한 의혹이 불거졌으며 이들은 1) 일부 작가가 독자 모르게 증판을 시도하였고 2) 증판한 책을 재고인 것처럼 속여 팔았다, 독자는 기만 당하였다고 주장했다. 증판에 대한 사안이 공론화되는 과정 또한 엔젤동 리스트와 마찬가지였는데 계몽 시녀를 자처하였던 트위터리안이 먼저 문제를 제기한 다음 마유 대피소에서 이를 공론화하고 자체적인 여론을 형성하는 수순이었다.

만일 당신이 일반적인 사고 방식을 따른다면 작가가 독자 모르게 증판을 시도하였거나, 증판한 책을 재고인 것처럼 속여 팔았다는 주장에 혼란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증판하는 게 뭐 어때서? 인기가 좋으면 당연히 증판할 수도 있는 것이고, 재고가 있으면 판매할 수도 있는 문제지. 그게 대체 왜 기만이고, 뭐가 문제인데?

세간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은 곧 환금성을 대입하는 방법으로 풀어볼 수 있을 것이다. 이 또한 적절한 가격 방어가 불가능한 문제에서 비롯하였기 때문이다.


아래 캡쳐는 해당 게시글이 언급하였던 책이 이전에 어떤 가격대를 형성하였는지 트위터 상에서 언급되었던 이야기를 가져온 것이다.


성인동 일부 회원이 문제 삼았던 책 중 하나는 1) 이전에 발매할 당시 작가님이 재판 불가를 선언한 적 있었으나 2)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공급으로 성인동 내에서도 세트가가 끝없이 뛰어오른 까닭에 3) 결국 재판 불가를 철회한 바 있었다.

작가와 독자 사이의 도의적 책임이란 실물 책을 주고 받는 것으로 다하였다고 볼 수 있겠다. 그러나 책 소장의 목적이 "독서"가 아닌 "재판매"라면, 높은 가격 구매한 책을 그에 못 미치는(폭락하였다고도 볼 수 있는) 가격으로 판매해야 한다면 배신감이 들지 않겠는가. 당시 높은 세트가로 책을 구매하였던 사람들 입장에서는 작가의 결정이 달갑지 않았을 것이다.

당신은 이제 증판이 성인동의 일부 회원에게 왜 문제가 되었는지에 대해 알 수 있을 것이며, 아래와 같은 반응들은 어떤 맥락에서 나왔는지 조금쯤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1. 재고 판매 및 증판 의혹 공론화

아래 캡쳐는 계몽 시녀를 자처했던 트위터리안의 주장을 본 마유 대피소 회원이 이에 동조하며 자체적인 여론을 형성하는 게시글 및 댓글이다.

본문은 특정 작가가 매번 공지 때마다 재고분을 판매한다며 증판을 의심하는 내용이며, 댓글들은 증판이 의심되는 작가 혹은 재고 판매글을 올렸던 작가들을 특정하는 정보를 남기고 해당 작가들을 비난하거나 조롱하는 내용들이다.


2. 증쇄 의혹 제기

아래 캡쳐는 무엇을 근거로 증쇄 의혹을 제기하였는지 책의 구성을 하나 하나 따지며 비교하는 본문글과 증쇄 의혹 작가를 비난하고 조롱하는 댓글, 그리고 소수 그런 분위기를 자정하려고 노력했던 댓글이다.

증쇄 의혹을 제기하였던 회원들은 예약 판매 하였던 책과 재고 판매하였던 책의 각 권 디자인 구성이 일치하지 않는 점을 분석하여 예약 판매분과 재고 판매분이 동일한 책이 아니라고 주장하였으며, 이를 본 회원들은 작가가 상도덕이 없으며 책이 완결나기까지 오랫동안 기다려준 독자에 대한 예의가 없다는 등 작가를 비난하였다.

이를 본 소수 회원은 작가가 책을 인쇄할 때 시간이 모자라 물량을 나눠뽑은 적이 있었다는 등 의혹에 대한 해명을 시도하였으며, 익명성이 야기할 일을 우려하여 해당 주제를 두고 익명 게시판에서 작성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피력하기도 하였다.


3. 작가 도우미 해명글

아래 캡쳐는 증쇄 의혹에 작가 도우미(책의 배송이나 예약 시 문의 게시판 관리 등 작가의 일을 도와주는 사람을 작가 도우미라고 한다)가 답변한 내용을 가져온 본문과 해명을 믿을 수 없다며 작가를 비난 및 조롱하는 댓글과 해명을 이해할 수 있다는 댓글이다.


이하는 도우미의 해명이다.

1) 당일 일괄 발송하였던 책(예약판매분)이 다른 이유

인쇄소에는 원고를 보내도 되는 최종 제출일이 있다. 작가는 항상 이 최종 제출일을 넘겨 원고를 보내는 습관이 있었으므로 책이 제때 출간되기 어려운 사정이 있었으며, 그런 사정을 고려하여 책을 나눠서 찍는 방식을 선택하였다. 먼저 찍은 책으로 우편 작업을 하고, 나머지 책이 나오는 대로 작업하는 방식이었다.

2) 내지 디자인이 다른 이유

책 제작하는 과정 중 작가가 가진 파일(원본)과 도우미가 가진 파일(최종본)이 다른 데서 비롯한 사고이다. 2번으로 나눠서 책을 인쇄할 때 첫번째 인쇄는 최종본으로 하였지만, 두번째로 인쇄할 때는 원본으로 인쇄 작업이 들어가서 내지 디자인이 다른 사고가 일어났다.

3) 책의 형태가 달랐다면 예약은 예약대로, 재고는 재고대로 묶어서 배송된 이유

책을 두 번 나눠서 인쇄하여 작업하였으며, 인쇄 사고는 두 번째에서 일어났다. 작업하였던 책들이 순서대로 독자에게 도착하였으므로 대부분의 예약 판매분은 형태가 동일할 것이며, 나중에 인쇄하였던 책 또한 일부는 우편 작업 후 독자에게 배송되었으며 그를 제외한 재고분은 모두 재고로 남았다. 3권이 재고분과 내지 디자인이 동일한 이유는 작가가 가진 파일(원본)으로 인쇄가 진행되었기 때문이었다.

4) 재고 판매 완료 시기에 대한 해명

작가가 고생하는 일에 비해 얻는 대가가 적으니 책을 처음 발간할 때부터 재고 판매를 염두에 두도록 작가를 설득하였다. 그러나 완결까지 집필 기간이 상당히 길어진 까닭에 세트 재고를 사서 한 번에 받으면 기존 예약자들이 서운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재고 문의를 받아도 이에 대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 책 보관소에서 더는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재고 판매를 한 것이지 증쇄하여 판매하였던 것은 아니다.


이에 대해 증쇄 의혹을 떨치지 못한 회원들은 몇천부를 찍어도 인쇄는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으므로 두 번에 나누어서 찍지 않는다거나 책 원가 다 아는데 모르는 척 대놓고 저러니 보기 좋지 않다, 상도덕(혹은 동인룰)에 어긋난다는 등 작가를 비난하였며 작가를 해명을 믿는 회원들은 충분히 이해하였다는 댓글을 남겼다.


4. 증쇄 비난

아래 캡쳐는 증쇄를 비난하는 본문 및 그에 동조하는 대다수의 댓글, 그리고 소수 증쇄에 찬성하는 댓글이다. 캡쳐를 보면 알겠지만 이들이 증쇄를 비난하는 이유는 재판 텀이 2년인 것과도 동일한 맥락인 것을 알 수 있다.

"증쇄나 재판 텀 같은 룰이 없어진다면 아무도 책을 예약하지 않을 것이며, 신인 작가는 최소 부수도 채울 수 없을 것이다. 오타, 편집까지 수정해서 완벽하게 증쇄하고 재판하면 누가 미완에 초판을 사고 싶어하겠는가. 이런 행위는 상도덕 위반이다."

이들의 주장은 결국 책을 구매할 때 "감상"을 제1의 목적으로 두는 것이 아니라, 한정성 및 희귀성에서 생겨난 프리미엄을 염두에 두고 "재판매"할 목적으로 소장본을 예약하는 심리에서 비롯하였다고 해석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5. 작가 도우미 해명 반박 / 증쇄 의혹 확산

아래의 캡쳐는 도우미의 해명을 보고 의혹을 떨치지 못한 회원이 책의 구성을 비교하며 증쇄 의혹을 확산하는 본문 및 그에 대한 댓글이다.



마치며.

당신은 성인동 회원들이 작가의 증쇄를 공론화하는 과정을 보았을 것이며 그 주장이 어떠한 논리에서도 비롯하였는지를 보았을 것이다. 때로 모자라고 부족한 사람이라도 맞는 말을 할 때가 있으므로 해당 트위터리안이 어떤 사람이며 무슨 행동을 하였는지는 잠시 차치하기로 하고, 그렇다면 "증쇄"가 정말로 공론화될 사안이었는지부터 짚어보기로 하자.

과연 증쇄 의혹은 공론화되어야 할 정도로 큰 문제라고 볼 수 있는가?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성인동 회원들은 증쇄가 용납될 수 없는 이유를 아래와 같이 주장하였다.

1) 증쇄는 재고 판매가 아니라 거짓말이므로 독자 기만에 해당한다.

2) 내지 디자인이 통일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3) 상도덕 위반이다.

4) 성인동은 비영리 동인 사이트이므로 영리 목적을 추구하는 모습은 되도록 지양해야 한다.


나는 인쇄 및 출판 시스템이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지 잘 모르므로 해명이 사실인지 독자를 향한 기만인지 분별할 능력이 없다. 그러므로 작가의 해명이 사실이라면 작가는 독자를 기만하지도 않았으며, 재고 판매 또한 문제 삼을 만한 일이 아니므로 아래의 주장은 만일 증쇄 의혹이 사실이라는 가정 아래 이들의 문제 제기가 정말로 정당하였는지를 차근차근 짚어보도록 할 것이다.


1) 작가가 증쇄하여 그것을 "재고"라고 속여서 판매하였다면, 해당 행위가 독자를 기만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렇게 행동하였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작가가 왜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 그 원인을 알아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를 추측해보자면 1) 재고 판매는 성인동에서 용인되는 분위기였으나 2) 증쇄는 성인동에서 용인되지 않는 분위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증쇄가 만일 성인동에서 용인되었다면, 굳이 거짓말을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성인동은 어째서 증쇄를 용인하지 않았는가? 그 이유는 어디에서 비롯하였는가.

2) 소장본을 모으는 독자 입장에서 통일되지 않은 디자인을 보면 아쉬울 수 있을 것이다. 이 의견에는 나 또한 어느 정도 동의하지만, 그러나 해당 작가가 "동인 작가"라는 사실을 상기하였을 때 내지 디자인이 통일되지 않는 정도는 크게 신경 쓸 바가 아니라는 사실을 곧 깨달을 것이다. 동인은 프로가 아니기 때문이다.

3) 상도덕이란 상업 활동에서 지켜야 할 도덕으로 작가에게 해당하는 상도덕은 주문 받은 책을 독자에게 보내주는 것 이상, 이하도 아니다. 작가가 증쇄하여서 벌어질 일이란 더 많은 독자가 책을 소장할 기회가 늘어나는 것일 뿐, 받아야 할 책을 못 받게 되는 일은 아니다.

매물의 공급이 늘어나 소장한 책의 시세가 떨어지는 일이 발생할 수 있지만, 소장본의 재판매가는 작가가 책임져야 할 영역도 아니며 그런 의무도 없으므로 작가에게 따지는 일은 옳지 않다. 또한 3)의 주장은 4)와도 모순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비영리 동인 사이트에서 "상도덕"을 운운하는 일이 과연 합당한 일인가?

4) 영리 행위를 추구하는 일 자체가 잘못되었다면 애초에 작가와 독자, 독자와 독자 간에 이루어지는 소장본 판구매가 금지되어야 옳을 것이다.


당신은 결국 증쇄가 문제되었던 이유, 그리고 그것이 공론화되었던 이유가 환금성에서 비롯하였다는 사실을 알았을 것이며 성인동 시스템이 얼마나 기형적이었는지 보다 깊은 이해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 포스트에서는 일부 성인동 회원의 주장을 받아들인 여론이 무엇을 묵인하고 어떻게 행동하였으며, 그 결과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유쾌하지 못한 글을 읽느라 수고한 당신에게 감사를 표하며 이만 포스트를 마치겠다.


※ 부탁 드립니다.

2016년 8월 이후 임시 대피소 "리얼빠가" 게시판(16년 8월 이전 자료는 상당히 보유하고 있습니다) 혹은 더망빠 커뮤니티에서 BL 소설 언급하는 게시글을 제보해주실 분을 찾습니다. PDF 파일도, 텍스트로 긁어서 보내주신 파일도, 캡쳐도 모두 좋습니다. 메일 주소는 아래와 같습니다.

sinandong.out@gmail.com

직접 메일로 보내주시기 곤란하시다면 디시인사이드 BL소설 갤러리에 게시글(작성 시 IP 유의하시기 바랍니다)로 올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와 더불어 "리빠의 자랑, 뿌잉뿌잉" 유저가 2016년 7월에 남긴 리디북스 리뷰 페이지 캡쳐를 보유하고 계신 분이 계시다면 부디 제보 부탁드립니다. 긴 글 읽으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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