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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어가기 _ 그 많던 작가는 왜 사라졌을까.

2012년에는 조아라 리스트가 있었다.




2012년 여름, 어느 날.

지친 일상을 BL 소설 읽기로 달래던 당신은 조아라(혹은 공개동)에 들어가서 좋아하는 작가님의 소설을 읽고 댓글을 달 생각으로 사이트에 들어갔다가 크나큰 충격을 받게 된다. 아무런 맥락도 없이 더 이상 공개 사이트에 연재는 불가능하게 되었다는 작가님의 공지를 보았기 때문이다.

너무나도 안타깝지만 작가님이 연재하실 수 없다고 하는데 별 다른 도리가 있겠는가? 작가님의 선택을 존중하는 당신은 우울한 마음을 애써 달래며 다른 작가님의 작품을 보려고 했다가, 이번에는 작가님께서 절필하시겠다 말하는 공지를 보고 다시 충격을 받게 된다. 뭐야, 도대체 무슨 일인데? 작가님들이 한 두 분도 아니고 우르르… 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당신은 혼란에 빠진 채 다른 작가님의 작품도 확인해보기로 한다.

다른 작가님의 공지도 당신이 보았던 것과 크게 다를 바는 없었다. 다른 점이 있었다면 무슨 일인지 몰라서 당황했던 것과 달리, 작가님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정도일 것이다.

"…그러나 제 글이 성인 분들에 한해서 읽혀졌어야만 한다는 것을 제 자신이 간과하고 공개동인 날개동에서 연재를 하여 성인동 분들께 불쾌감을 드린 것 같아 도저히 더 이상은 이곳에는 글을 연재하기가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당신은 눈앞이 캄캄해지기 시작한다. 성인동 분들께 불쾌감을 줘서 연재를 그만두신다고? 작가님이 뭘 잘못했길래? 공개동에서 작가님을 기다렸던 독자는…? 공개동(조아라)에서 소설을 업로드하는 게 그렇게 잘못된 건가? 왜? 도대체 성인동이 뭐길래 내 작가님이 연재를 그만 두신다고 하는 거지?

이번 편에서는 작가님을 그리워하며 한동안 우울한 나날을 보냈을 당신에게, 그해 여름 작가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자, 본격적인 이야기로 들어가기 전에.

나는 당신에게 성인동이란 커뮤니티가 얼마나 가입하기 힘든 곳이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일반 회원이 작가 회원에게 가지는 괴리감과 박탈감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며, 그런 심리에서 비롯한 현상들(작가에 대한 적대감과 몰이해, 컨텐츠의 외부 유출 금지 등)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성인동은 가입 문턱이 정말로 드높아 감히 범접할 기회가 없는 사이트였다. 아무런 배경이 없는 일반 회원이 성인동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법만이 있을 따름이었다.


첫째,  노오력해서 가입하기

일반 회원이 성인동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먼저 "정류장"이라는 사이트를 알아야 한다. 성인동의 정류장은 성인동의 본홈으로 들어가기 전, 회원 가입만을 위해 만들어둔 곳이다. 온천하에 사이트 주소를 공개한 친니동 같은 경우는 홈페이지에 일정 분기마다 가입을 받는다고 고지해두었지만 한없이 느슨한 운영 때문에 도통 가입할 기회가 없으므로(심지어 성인동 회원조차 친니동에 가입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실상 일반회원이 가입할 수 있는 성인동은 마유, 이레, 수이, 야밤 정도가 전부였고 이 중에서 정류장 주소를 "그나마" 쉽게 찾을 수 있었던 사이트는 아마 야밤이나 마유 정도가 유일하지 않았을까 싶다(엔젤동은 이 시기에 존재하지 않았으므로 논외로 두겠다).

정류장 주소를 알아내기 만만치 않아 네이버 지식인 같은 곳에 물어봤다가는 "그런 건 직접 알아내시죠" 하는 답변들만 달릴 따름이니(궁금하다면 네이버 지식인에 들어가 성인동을 직접 검색해보길 권한다. 재밌는 답변들이 많이 보일 것이다), 성인동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죽어라 관련 키워드를 검색해보는 수밖에 없다.

고생 끝에 주소를 알아낸다고 해도, 가입을 "바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성인동은 일정한 가입 기간이 정해져있고, 이 기간이 언제인지 명확히 정해진 것은 아니므로 매일 아침 저녁으로 한 번 정도는 정류장에 들어가보는 것이 좋다. 인고 끝에 가입 시기가 다가온다고 해도 마음껏 기뻐할 수는 없다. 일정한 커트라인(보통은 3000명 선이었던 것으로 기억) 안에 들지 못하면 성인동 회원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둘째, 친한 사람에게 정보를 얻어서 가입하기

BL 소설을 좋아한다면 공개된 연재처(금지동, 날개동, 자유동, 낭만동 등)에 들어갈 확률이 큰데, 이곳에서 놀다가 가끔 성인동에 가입된 회원에게 간택을 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는 쪽지나 귓속말 등으로 정류장 주소와 가입 시기에 대한 정보를 얻어 가입하는 방법이다. 맨땅에 헤딩해서 주소를 알아내는 것보다는 쉽지만, 친목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닌데다 역시 "커트라인 문제"가 남아 있으므로 만만치는 않다.


반면, 저런 개고생 끝에 성인동을 가입하지 않는 방법 또한 존재했다. 성인동은 BL소설 커뮤니티므로 컨텐츠 생산자가 가입하는 것만큼은 아무런 제약이 없었기 때문이다. 작가 가입은 본인이 연재했던 사이트에서 글을 얼마나 연재했는지를 이야기하고 성인동에 들어가 어느 정도 연재할 수 있는지 증명할 수만 있으면 바로 가입이 가능했다.


이를 통해 당신은 성인동에 가입한 회원이 얼마나 선민 의식과 자부심에 가득찰 수 밖에 없는지, 그리고 "작가"라는 회원에 얼마만큼의 이질감을 느낄 지 이해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누구나 들어오길 열망하지만(지금은 몰라도 한때 분명 그런 분위기가 감돌았던 적이 있었다) 아무나 들어올 수 없고 아무나 즐길 수 없는 컨텐츠를 즐길 수 있는 커뮤니티에 속했다는 사실이, 아름답고 고운 우리말을 사랑하는(우아하고 교양 있는 사람들로 가득한) 커뮤니티의 회원이라는 사실이 해당 회원에게 얼마나 큰 긍지와 자부심을 가져다 주겠는가.

개고생 할 필요 없이 그저 편하게 레드 카펫을 밟고 입성한 작가 회원을 보며 일반 회원은 어떤 인상을 받아왔을까?  작가 회원은 정해진 기간 동안 감상을 쓰지 않아도(저마다 규칙이 다르지만 보통 성인동은 감상제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감상을 쓰지 않으면 회원 자격이 박탈된다는 이야기다) 회원 자격이 유지된다는 점 또한 고려해보시라. 일반 회원이 느낄 이질감과 박탈감이란 굳이 기술하지 않아도 충분하리라 생각한다.

"작가"와 "독자"가 동일한 회원이 아니라는 생각은 상대방이 "특권"을 누리고 있다는 인상을 심기 쉽다. "나와 같은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면, 상대방이 나보다 "우위"에 있다는 생각을 해왔다면 그를 배려하는 마음이 들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이 괴리감은 일반 회원이 작가를 몰아붙였을 때, 아무런 죄책감을 주지 않도록 만든다.

여기에 더해 "독자"의 "선입금"으로 "소장본"을 만드는 구조를 생각해보자. 성인동 작가가 개인지를 내는 방식은 보통 수요 조사를 거쳐 예약자 수를 가늠한 다음, 인쇄비를 충당할 수 있을 만큼의 예약금을 받겠다는 판단이 들면 예약을 거쳐 개인지를 발간하는 방식이다.

성인동을 오래 한 회원이라면 "예약자 미달"로 소장본이 취소되었다는 인포를 심심치 않게 접한 기억이 있을 것이다. 이는 "독자의 돈"이 아니라면 소장본을 제작할 수 없다는 인상을 심기에 충분하고, 독자보다 우월한 위치에 있다고 여겨왔던 "작가"와 힘 없는 "독자"의 위치가 실은 그렇지 않았다(작가의 목줄은 독자가 쥐고 있다는 이상한 착각)는 인상을 주기에도 충분한 일이다. 여기에 더해 독자의 인정 없이는 작가가 될 수 없다는 발상 또한 이런 선입금 시스템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으리라 추정하는 바이다.


일반 회원이 작가 회원을 배려하지 않아도 되는 전반적인 배경을 알았으니,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하겠다.

공개된 사이트에서 연재하는 것을 금지했던 성인동의 규칙이 완화됨에 따라, 조아라 혹은 공개동의 작가들도 성인동에 대거 유입되었다. 바야흐로 2012년 8월, 조아라에서 성인동으로 건너왔던 작가 몇 명이 소장본을 내려던 중에 실수를 하는 바람에 성인동이 한바탕 뒤지어지게 된다.

처음에는 신인 작가에 대한 잘못을 성토하는 글이 올라왔고, 그 다음으로는 "신인 작가는 허구한 날 사고를 치니 믿을 수 없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앞으로 신인은 무조건 거르겠다."는 이야기가 나오며 "조아라 출신은 믿을 수 없다."는 사고의 비약이 흐를 즈음에는,  "미성년자도 있는 조아라에 연재하면서 감히 성인동에 연재를 하다니, 너무나도 괘씸하다!"는 주장이 올라왔다.

"연재는 공개 사이트에서, 책 광고는 성인동에서… 우리가 ATM인가요?"

"성인동에 책 팔러 왔어요?" 

"책팔이 글 안 사!" 

과열된 여론이 성인동을 뜨겁게 달구었다.


사태가 이렇게 흘러가자 조아라 출신 작가들이 내는 소장본은 사고 싶지 않으니 이름을 알려달라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흘러나왔고 마유동 익명 게시판(속칭 천게)과 수이동 익명 게시판에서 조아라 작가 리스트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이들은 리스트를 작성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았다. 자유게시판에 "미성년자가 있는 조아라에 연재하면서 성인동에 동시 연재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최소한의 도덕이나 윤리를 찾아볼 수 없는 작가들과 있고 싶지 않다"는 논지의 글을 작성해 여론을 형성하고 운영자 문의 게시판으로 달려가서 당장 연재 규칙과 작가 규제를 강화하라고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당신은 아마도 그 때 사람들이 얼마나 광기로 가득찼는지 짐작하기 어려울 것이다. 캡쳐해둔 파일이 있었으면 좋았겠으나, 제일 격한 말이 오갔던 마유동과 수이동이 운영자의 부정으로 사라진 지 오래기 때문에 그저 "광기 가득한 현장"이었다고 밖에 묘사할 도리가 없는 것이 너무나도 안타깝다.

일이 이렇게 되자 야밤동 운영자는 작가들에게 쪽지를 보내서 "공개된 장소에서 연재하는 작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떤 처분을 내리는 것이 좋을지" 의견을 구하였으며, 수이동 운영자는 "공개된 장소에서 연재할 경우, 수이동에 소장본 인포를 낼 수 없다"는 운영 방침을 정했다. 즉, 꿀(소설)은 빨고 싶지만 공개동 작가는 필요 없다는 말씀 되시겠다. 이는 공개된 연재처에 연재한 작가가 책팔이가 아니라는 증거를 대란 주장과도 일맥상통한다.


∴ 조아라 연재할 거면 조아라 작가 하시고 성인동에 연재할 거면 성인동 작가 하시라!


덧붙이는 말.

이런 광적인 분위기에서 딱 한 군데, 정말로 상식적인 방침을 정한 동네가 있었다. 바로 이레동이었다! 조아라에 연재하는 경우, 수위본을 인증된 성인만이 이용 가능한 노블레스란에 연재하기만 한다면 동시 연재도 상관이 없다는 지극히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방침을 내렸다. 비합리적인 문화가 가득한 동네에서 상식적인 노선을 걷기 위해 노력해왔던 이레동은 결국…. 이레동에 대해서는 다음 포스팅 할 때 다루도록 하겠다.


공개 사이트에서 "작가님, 작가님ㅠㅠ"해가면서 모셔올 때는 언제고 하루 아침에 책팔이 취급에 양심 중동 간 싸이코패스 취급을 받는 것도 모자라, 연재처를 왈가왈부하며 제한하려 드는 미친 작태를 보며 작가들은 어떤 심정이었을까? 독자인 나야 작가의 심정을 헤아리기 어렵다마는, 어쨌든 작가들은 이에 대해 대응을 하기는 했다. 저마다는 다른 반응이었지만.


먼저, 상식적으로 사고한 끝에 성인동에서 나가신 작가님.

지난 포스트를 읽었다면 알겠지만 리Lee 님이 이 케이스에 해당하시는 분이시며 리Lee 님께서 지금까지 욕을 드시는(주로 표절 시비) 원인은 다 그 시절 있었던 일에서 비롯했다. 마유동에서 너무나도 입 바른 말을 하시고 나가셨기 때문이다. 당신이 지난 포스트에서 리Lee 님의 블로그를 읽어보지 않았다면, 이 기회에 리Lee 님께서 그때 입 바른 말 했다는 이유만으로 어떤 괴롭힘을 당했는지 읽어보시길 간절히 부탁드리겠다.

당시 있었던 일을 기록해두신 리Lee 작가님의 블로그 : http://underthe.space/191


둘째, 절필한 작가님.


셋째, 제 3세계를 선택한 작가님.

공개 사이트에 연재하는 것이 문제라서 연재할 수 없다면, 공개 사이트에서도, 성인동에서도 연재하지 않는 대신 카페를 파시거나 홈페이지를 제작해서 그 곳에서 연재하는 방식이었다. 당시, 이런 방식을 택한 작가님이 꽤 되었던 걸로 기억한다.

이에 대해서는 다카엔 님의 트위터 타래를 읽어보길 바란다.

다카엔 님의 트위터 : https://twitter.com/Lazycat_D/status/1022864061396996097


넷째, 성인동에 잔류하기로 결정한 작가님.

아래에 올린 캡쳐들은 미성년자가 있는 공간에서 연재했던 사실을 사과(우스운 일이지만 사과의 대상은 "성인동의 회원"이었다)하는 작가들이 작성한 인포이다. 미성년자가 있는 공간에 BL 소설을 연재하는 것은 지탄 받아야 할 일도 아니며(수위 문제가 아니라면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 이를 문제 삼는 사람들은 BL이라는 장르를 본인이 어떻게 정의하는지 스스로 돌아봐야 할 필요가 있다.) 윤리적으로 문제될 것도 없지만, 남고 싶은 커뮤니티의 여론이 그렇다는데 어떻게 하겠는가.

나는 당신이 아래에 올라온 캡쳐들을 유심히 읽어주길 바란다. 작가들이 작성한 공지에 나온 문장들, "너무나도 공손한 태도"가 어떤 공포에서 비롯되었는지, 부디 깊이 헤아려보길 바란다. 그 때 현장이 얼마나 살벌했는가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미루어볼 수 있을 것이다.

아래의 캡쳐는 조아라에서 연재했던 것은 아니지만, "불법 텍스트본이 나올 가능성이 있고, 미성년자가 들어올 가능성이 있는 사이트"에 연재했던 이유로 지탄을 받은 작가의 사과문이다.

덧붙이는 말.

불법 텍스트본은 성인동 내부에서도 심심찮게 유출되었으며, 아주 가끔이지만 성인동에서도 미성년자가 잡혀서 제명 당하는 경우도 있었다는 점을 당신이 알아주길 바란다.


여기까지 글을 정독하였다면 당신은 2012년 여름, 좋아했던 작가님들께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광기와 폭력에 떠밀린 작가들의 선택이 과연 어떤 결과를 불러왔는지에 대해서도 알아보기로 하자.


이전 포스트에서 나는 "엔젤동의 전신은 날개동으로, 날개동이 폐장하게 되었던 원인은 2012년도에 있었던 조아라 리스트였다."고 말한 바 있었다. 당신은 아마 머리를 갸웃할지도 모르겠다. 작가님들은 어쩔 수 없이 선택하신 건데, 그거랑 날개동이랑 무슨 상관이라구 그래? 명쾌한 결론을 내리기 어려울 당신에게 캡쳐 하나를 보여주겠다.

하루 아침에 많은 작품들이 삭제되었고 작가 화백란은 위와 같은 사과 공지가 줄줄이 올라왔다. 그렇잖아도 불펌으로 몸살을 앓던 커뮤니티가 급속도로 경직되기 시작했다. 물론, 연재처를 선택하는 것은 작가의 권리이며 작가는 어디에든 글을 올리고, 내릴 수 있는 자유가 있다. 캡쳐에서 보다시피 독자들 또한 작가의 입장을 이해하였으므로 군말을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 결정이 정말로 옳았던 것일까? 미성년자가 있는 공간에서 연재하는 것이 정말로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했다면 작가는 왜 처음부터 그곳에서 연재를 시작했단 말인가? 옳지 못한 일을 알면서도 연재를 강행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이쯤에서 또 다른 질문을 던져보겠다.

하나. "미성년자"가 있는 공간에 BL 소설을 연재하는 것은 정말로 부도덕한 사안이라고 볼 수 있는가? 위에서 언급하였듯 작가가 수위를 검열하여 연재를 한다면 이는 문제 삼을 일이 아니다. 그것이 부도덕한 사안이라면 이유는 무엇인가? 당신은 BL 소설이라는 장르를 어떻게 정의하는가?

둘. 성인동의 요구에 따라 그것을 사과하게 된다면, 그것이 잘못되었다 여기지 않아서 사과하지 않는 작가는 어떤 사람이 되는가? 이후로도 조아라 등지에서 연재하길 선택한 작가는 과연 어떻게 인식되었는가? 사과하지 않는 작가는 부도덕한 작가인가? 모럴이 없는 싸이코패스인가?

셋. 공개 연재처에서 연재하는 것이 잘못되었다면, 성인동의 회원은 어째서 "윤리 의식 없는 작가"를 성인동으로 데려올 생각을 했는가? 운영자는 왜 문제 작가의 가입을 받아들였는가? 여론은 왜 그런 작가를 데려온 회원을 비난하지 않았는가? 성인동은 어째서 조아라 연재 소설 추천을 규제하지 않았는가?

(방금 던진 질문은 형평성도, 원칙도, 그 무엇 하나 없는 성인동의 룰과 여론을 이해할 수 없는 까닭에 나온 질문으로, 작가를 성인동으로 초대한 회원과 조아라 소설을 추천한 회원을 비난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주길 바란다.)

"미성년자", "도덕론" 운운하며 연재처를 규제하는 것은 그저 명분에 불과하다. 그 이면에는 성인동 내부의 컨텐츠와 성인동 바깥의 컨텐츠가 동일하지 않기를 바라는 심리(그렇지 않다면 성인동으로 애써 들어온 이유가 없어지는데다, 그 누구도 성인동으로 들어오기를 갈망하지 않을 것이다), 편하게 들어와 회원 자격을 유지하는 작가에 대한 반발 심리와 신인 작가를 억눌러 길들이고 싶은 욕망만이 있을 따름이다.


여론에 순응한 작가들도 이를 몰랐던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도덕이라는 명분을 앞세운 여론에 굴종한 작가들의 선택은 이에 동의하지 않는 작가들을 파렴치한으로 인식하는 데 힘을 실어주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작가들이 성인동 회원들에게 사과한 덕분에 "윤리적인 작가"로 인정받을 때, 공개 사이트에 잔류하기로 결정한 작가는 "비윤리적인 작가"가 되었다. 이는 혐오와 착취에 기반한 시스템에서 피해자가 다른 피해자에게 가해자로 둔갑하는 경우와도 같다.

공개동이었던 날개동이 폐장을 결정하고 비공개 성인동인 엔젤동으로 재개장하게 된 이유는 여기에서 비롯했다. 당신은 엔젤동에 올라왔던 날개동의 폐장 공지 일부를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자, 이렇게 성인동의 여론에 밀려 오랜 역사의 공개동 하나가 사라졌다. 혹자는 날개동에서 엔젤동으로 재개장했으니 그게 그것 아니냐, 하는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비공개 성인동과 공개동은 엄연히 다른 정체성을 가진 커뮤니티다. 그에 대한 대답은 이것으로 충분하리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당신에게 보여주고 싶은 캡쳐는 조아라 리스트 이후 성인동에 올라온 인포이다. 이후, 성인동 인포란에서는 어떤 변화가 일어났을까?

신인 작가들은 개인지 광고를 할 때 해당 작품이 조아라 혹은 공개동에 연재했던 전적이 있는지에 대해 반드시 기재하였으며 성인동에서 새로 연재한 작품은 해당 커뮤니티와 전혀 상관이 없음을 반드시 표기하는 문화가 생겨났다.

나는 당신이 아래 올라온 광고를 면밀하게 읽기를 바란다. 작가들이 사용하는 문장이 얼마나 세심하고 상냥한지 느끼길 바라며, "어떤 이유에서 그럴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해서 생각해보길 바란다.



부탁했던 대로 올라오는 광고를 꼼꼼히 읽었다면 당신은 성인동 특유의 문화가 작가를 얼마나 얽매어왔는가, 성인동이 다른 외부와 달리 얼마나 특별해지길 원했는가(조아라 등 공개된 장소에서 작품이 연재되지 않기를 바라는 심리) 눈치 챌 수 있을 것이다.

"낱권(세트 구성에서 메인이 될 수 없는, 컨텐츠의 완성도와는 상관 없이 원가 이하의 가치를 지닌 책을 일컫는다.)", "부디 통장을 지켜주세요" 같은 표현에 주목해보라. 키워드 뿐 아니라 비추천 대상까지 하나하나 짚어서 광고하는 것은 너무나도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위에 언급한 표현과 성인동 내부의 문화는 조아라 리스트와 직접적인 상관은 없다. 그러나, 지나칠 정도로 공손하고 상냥하며, 거의 완벽에 가까운 대응을 하려고 노력하는 작가의 모습에서 성인동 커뮤니티가 정말로 "작가 혐오"와 "착취"에 기반했던 커뮤니티였음을 당신이 알아주기를 바라며, 그 많던 작가들이 어째서 사라지게 되었는지 깊이 생각해보길 바란다.



정정사항.

작성할 포스트의 순서가 바뀌었습니다. 다음 포스트에서는 이전에 말씀 드렸던 바(이들의 목소리에 반응한 여론이 엔젤동과 작가들에게 무엇을 요구하였는지, 다시 한 번 생긴 리스트에 작가들이 어떻게 대응하였는지, 그로 인해 엔젤동이 폐장된 이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와 달리, 성인동 내부의 리뷰란은 정말로 따뜻한 곳이었는지에 대해 다루겠습니다.


그 이유는 보시는 바와 같이


성인동이라는 커뮤니티가 얼마나 작가에게 상냥했는지, 일반 회원은 차마 "노잼작"도 "노잼"이라 말하지 못해 억울했다고 속상함을 토로하는 뉴비들을 목격했기 때문입니다. 성인동을 오래 해왔다면 교차로(성인동 외부에서 개인지를 거래할 수 있는 익명제 사이트)라는 사이트를 한 번 쯤은 들어가봤을 테고, 그곳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도 보았으므로 저런 반응을 보일 수가 없습니다.

교차로에서 어떤 리뷰가 올라왔는지 알게 된다면 저런 하소연 글 또한 쉽게 사그라들 것으로 생각하는 바, 다음 포스트는 이에 대해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보시는 성인동 "일부 진상" 회원님들께.


포스트를 보면 알다시피 저는 당신들이 저질렀던 행동을 박제하고, 앞으로도 발견되는 즉시 박제할 생각입니다. 주목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당신들 또한 행동을 자제하리라 생각합니다. 부디 더 이상 작가님을 괴롭히지 마시길 바랍니다.


이 포스트는

리Lee 작가님의 블로그 http://underthe.space/191 

다카엔 님의 트위터 : https://twitter.com/Lazycat_D/status/1022864061396996097

그리고 디시인사이드 BL소설 갤러리

http://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blnovel&no=19313&page=1&search_pos=-28588&s_type=search_all&s_keyword=%EC%A1%B0%EC%95%84%EB%9D%BC+%EB%A6%AC%EC%8A%A4%ED%8A%B8

를 참고하여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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